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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뉴스]“트럼프 시대 기준점은 이념·도덕·가치 대신 ‘철저한 국익’이 돼야”

온카뱅크관리자

2024-11-02 17:02:15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인터뷰]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 “트럼프 당선 시 북·미 정상회담은 시간문제” “‘적을 더 가까이 둬야…중·러는 물론 북과도 최소한의 대화채널은 열어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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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저널=김종일·변문우 기자)
 "트럼프 시대엔 '이념'보다 '국익'을 기준점에 둬야 한다."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은 10월2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백악관에 복귀한다면 전방위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는데, 트럼프의 미국이 상징하는 새로운 국제질서에 맞춰 생존과 번영의 대응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유연한 사고 속에 이념과 도덕·가치보다는 국익에 초점을 맞춰 움직여야 한다는 조언이다. 
 그는 최근 '위기인가 기회인가'라는 부제가 달린 저서 《트럼프의 귀환》을 냈다. 외교부 북미국장과 한미방위비분담협상 대표를 지낸 조 전 원장은 트럼프 현상은 '일시적 일탈'이 아니라 미국 사회의 구조적 변화에 바탕은 둔 '현상'이라는 점에서 한국이 국제질서의 대전환기에 들어섰다는 점을 직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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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시사저널 최준필"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11/02/sisapress/20241102160145788igfz.jpg" data-org-width="580" dmcf-mid="KgKFEk0CIt"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11/02/sisapress/20241102160145788igfz.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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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저널 최준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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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미국 대선의 핵심 의미부터 짚어보자. 
 "누가 대통령이 되든 미국 우선주의 즉,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아울러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해하는 것만큼이나 미국에 불고 있는 '트럼프 현상'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트럼프는 '우리 땅에서 우리끼리 잘살면 된다'고 생각하는 미국을 대표한다. 트럼프가 표방하는 질서는 자유주의적 국제질서가 아니다. 트럼프는 우리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낯선 영역을 제시한다." 
 각종 논란에 휩싸인 트럼프가 미국인 절반에게 지지를 받는 이유는 뭘까.
 "'개인기'와 '시대정신'으로 요약 가능하다. 개인기는 트럼프가 성장하며 얻은 여러 자질이다. 청년 시절 만난 노먼 빈센트 필 목사가 큰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의 '긍정적 사고의 힘'은 그의 영향이다. 또 뉴욕의 뒷골목 변호사 로이 콘을 만나 물려받은 '암흑가의 규칙'은 트럼프 평생에 영향을 미쳤다. 2004년부터 2015년까지 진행한 '리얼리티 쇼'는 트럼프가 청중과 공감하고 호흡하는 것을 넘어 대중의 마음을 사고 움직이게 하는 탁월한 능력을 키우게 했다."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개인기만으로는 미국 국민의 절반을 움직일 수 없다. 그는 시대정신을 읽었다. 트럼프가 주창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구호가 핵심이다. 세계화의 부작용으로 미국에서는 빈부 격차와 중산층 몰락, '정체성 정치' 등의 경향성이 확대됐다. 그렇게 트럼프의 성향과 메시지가 먹혀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그의 지지층은 크게 세계화에서 경제적 불평등을 느끼는 소외된 자들과 소수자 우대 정책(Affirmative Action)에 역차별을 느끼고 '정치적 올바름'에 불만을 가진 자들로 구성된다. 트럼프는 여기에 올라탔다. 일자리도 없어지고 차별로 불만이 넘쳐도 말 못 하던 이들은 '이민자가 일자리를 빼앗는다' '내 코가 석 자인데 무슨 동맹이냐' 같은 트럼프의 메시지에 열광했다. 그들에게 트럼프는 기득권에 대항해 싸우는 전사다."
 트럼프 귀환이 한국엔 어떤 영향을 미칠까.
 "트럼프 현상이 지배하는 미국과 그 이전의 미국이 어떻게 다른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지금 대한민국이 '국제질서의 전환기'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한국은 세계 2차대전 이후 미국의 패권이 구축한 자유주의 국제질서 속에 탄생했고, 그 속에서 경제 발전과 정치적 민주화, 사회의 정보화 등을 이룩했다. 그렇게 세계 10위권의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 즉 자유민주주의는 우리가 지향하는 정치모델이었고, 자유무역 체제는 우리가 먹고살 수 있는 공간이었다. 미국의 군사적 패권은 우리 안보에 대한 궁극적 보장이었다. 이런 거대한 흐름이 트럼프의 귀환으로 바뀔 수 있다."
 국제질서의 흐름이 어떻게 바뀌게 되나.
 "트럼프의 미국은 스스로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포기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 그런 흐름과 현상이 굳어진다면, 한국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시공간으로 이동하게 된다. 사람은 어둠처럼 무엇인지 모르는 것에 공포를 느낀다. 트럼프의 귀환을 '리스크'라고 부른다면, 거기에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막연한 불안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트럼프 귀환 시 방위비분담금 재협상 요구 가능성이 있을까.
 "트럼프라면 얼마든지 기존 합의를 백지화하고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 트럼프는 2017년 1월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했고, 오바마 행정부가 공들여 논의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도 빠져버렸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재협상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요구해 관철시킨 바 있다. 한마디로 유리하지 않다고 보는 협정은 탈퇴하거나 재협상을 했다. 그는 이미 10월16일 시카고경제클럽 연설에서 '한국은 머니머신이다. 내가 협상했다면 100억 달러를 받아냈을 것'이라며 방위비 인상을 시사한 바 있다. 트럼프는 2017년 이미 방위비분담금 50억 달러를 요구한 적이 있고, 퇴임한 후에도 그 숫자를 잊지 않고 여러 번 상기했다."
 트럼프는 주한미군 축소나 철수도 외친다.
 "해외 배치 미군과 동맹체제에 관한 트럼프의 입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미국이 그동안 세계경찰 노릇을 해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여기엔 미국이 세계경찰로 안보를 책임지는 동안 동맹국들조차 그 틈을 타 무임승차하면서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아갔다는 불만이 있다. 트럼프가 유독 한국에 대해 방위비 분담과 미군 철수 문제를 자주 거론하는 것은 한미동맹 체제에서 한국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썩 좋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목표가 무엇인지를 잘 파악해야 한다. 트럼프가 원래 모든 것을 거래의 관점에서 본다고 하지만, 그의 목표가 한국에서 방위비분담금 몇억 달러를 더 받아내는 데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에게는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 한국이 신중하고 전략적이지만, 책임 있고 단호하게 자기 안보를 챙겨나감으로써 미국의 부담을 덜어주려 한다고 호소하는 것이 훨씬 더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김정은과 직접 협상에 나설 여지도 있을까.
 "트럼프가 백악관에 돌아간다면 김정은과 대화 재개를 시도할 것이며, 이것이 새로운 북·미 정상회담으로 발전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본다.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의 핵역량이 대폭 강화된 만큼 북·미가 최고위급에서 만나더라도 비핵화에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둘이 만난다는 사실만으로도 한반도 정세와 한미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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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0월27일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11/02/sisapress/20241102160147249iodd.jpg" data-org-width="800" dmcf-mid="29jRt1dzw5"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11/02/sisapress/20241102160147249iodd.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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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0월27일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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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가 북핵 문제에서도 주고받기식 거래를 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북핵 문제 해결에 관한 미국 입장에 미묘한 변화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있기는 했다. 올봄에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계열 인사들 사이에서 '잠정 조치'라는 말이 나왔고, 이것이 단계적 해결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닌가 하는 논의가 있었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선 공약에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이 빠진 사실도 눈에 띄었다. 다만 핵은 개발 과정도, 폐기 과정도 엄청난 정치적 의지와 국제정치 세력 균형의 변화를 수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것도 손쉽게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또 북한의 비핵화는 여전히 한미 양국과 국제사회가 공유하는 목표로 남아있다."
 여러 가능성에 대비해 자체 핵무장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은 한국의 자체 핵무장에 동의한 적이 한 번도 없다. 2023년 4월 한미 '워싱턴 선언'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이 비확산 의무를 다하겠다고 재확인했고, 이를 전제로 핵자문그룹 설치에 합의했다. 올여름 트럼프 캠프와 관련됐다는 인물들이 한국의 핵무장 가능성을 이야기했지만, 트럼프 캠프의 공식 의견이 아니었다."
 트럼프의 불확실성은 경제에서도 상당할 전망이다.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취임 초기 정치·군사 영역뿐만 아니라 경제에서도 압박 조치가 예상되며 2017년과 비슷한 갈등이 예상된다. 트럼프는 예측이 어렵지만, 거래를 중시하는 성격이며 1기 때도 주고받기식 무역협정을 체결한 바 있기 때문에 파국으로 간다고 볼 필요까지는 없다. 그럼에도 한국은 지금처럼 중국에 대해 과도하게 높은 무역 의존도를 갖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경제 교류의 다변화 노력을 지속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
 해리스 시대가 펼쳐진다면 우리에게 변수는 무엇일까.
 "해리스가 당선될 경우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에 조언을 한다면.
 "유연한 사고를 가질 것과 한반도의 긴장 고조는 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트럼프의 미국 제일주의는 자국 제일주의다. 즉 각자도생의 시대를 의미하는데, 이때 가장 필요한 게 바로 사고의 유연성이다. 또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 가까이'라는 말이 있다. 중국과 러시아, 심지어 북한과도 최소한의 대화 경로는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점은.
 "트럼프의 귀환을 기회로 만들어내는 것은 우리에게 달렸다는 점이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우리 스스로 이분법적 세계관과 흑백논리를 버리는 것이다. 한국은 냉전 속에 태어나 지금도 남북으로 나뉘어 생존을 걸고 투쟁하다 보니 사고 체계가 이념적이고 세계를 흑백논리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한반도의 전략적 상황을 보는 시각도 경직되고 정형화되어 있다. '신냉전'이나 '북방삼각 대 남방삼각' 등의 표현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런데 트럼프는 그렇지 않다. 그는 이념적이지 않다. 그의 사고는 유연하다. 기회를 포착하는 데도 강하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트럼프가 다시 백악관에 돌아온다면, 한반도의 전략적 구도를 바꾸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이 열린 자세로 모든 선택지를 논의하고 그 과정에 힘을 싣는다면, 성공할 확률은 그만큼 높아진다. 꼭 기억해야 할 점은 트럼프 시대에 기준점은 이념과 도덕, 가치가 아니라 냉철한 판단 아래 철저한 국익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시대에 선택지는 흑과 백 둘뿐이 아니다. 그 사이 회색지대 속에 수많은 선택지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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