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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뉴스]4년 뒤 환갑, “그 전에 결혼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열한 가지 결혼 이야기 ⑩]

온카뱅크관리자

2024-10-25 06:41:00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부부 열한 쌍이 각자 구청에 혼인신고서를 내고 법원에 불수리 처분에 대한 불복 신청을 했다. 동성결혼 법제화를 위한 이른바 ‘혼인평등소송’이 시작됐다. 소송에 참여하는 열한 쌍 부부의 ‘사랑과 결혼’ 이야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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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여! 동성 커플들에게도 우리와 같은 지옥을 맛보게 하소서.’ 2013년 9월7일 동성 부부인 김조광수·김승환씨가 결혼식을 올리자 ‘한국기혼자협회’에서 재치 있는 문구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하지만 하늘은 이 ‘기도’에 응답하지 않았다. 이들의 혼인신고서는 수리되지 않았다. 두 사람은 2014년 5월21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 혼인신고 불수리 불복 신청을 했으나 기각됐다.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2024년 10월10일, 혼인신고 불수리증을 받은 동성 부부 열한 쌍, 총 스물두 명이 모여 법원에 불복 신청을 하겠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번 소송에서 승소하면, 앞으로 한국에서도 동성 부부의 법적 지위가 인정받게 된다. 2024년 10월 현재, 동성결혼이 가능한 나라는 전 세계 39개국이다.
 〈시사IN〉은 혼인평등소송에 참여하는 원고 열한 쌍 부부의 집을 방문했다. 나이도 직업도 사는 모습도 모두 다른 이들의 집안 풍경은 다채로우면서도 비슷했다. 서로를 돌보고, 일상을 나누고, 때로 다투기도 하지만 결국은 마주 보고 웃고 마는, 지극히 평범한 부부의 모습이었다. 세상의 모든 커플들과 다를 바 없는 이야기들이어서, 이게 기사가 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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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정남씨(왼쪽)와 류경상씨(가명, 오른쪽)가 서울 성북구 자택에서 빨래를 정리하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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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24년 전 일이다. 무더운 8월이었다. 류경상씨(가명·56)는 서울 종로의 한 게이 바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을 눈여겨봤다. 웃는 모습이 너무 선해 보였다. 자신이 노래를 한 곡 부르고 돌아오자 그 사람이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누가 마음에 들어서 왔어요?” “당신.” 첫 만남을 떠올리던 천정남씨(54)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처음에는 뭘 아나. 얼굴 보고 만나는 거지.”
 알고 보니 서로 너무나 달랐다. 정남은 대학에 다닐 때부터 학생운동을 했고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활동가이기도 했다. 가족들에게도 이미 커밍아웃한 뒤였다. 반면 경상은 1남 3녀 집안의 전형적인 장남이었다. “사귀고 얼마 안 돼서 친구들이 제 남자친구를 만나보고 싶다며 놀러 왔어요. 근데 그 자리에서 경상이 ‘나는 결혼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바람에 친구들이랑 한바탕 싸움이 난 거야.” 당시에는 성소수자 대부분이 ‘이중생활’을 했다. “나 같은 사람이 오히려 드물었어요. 친구사이에서 프로그램을 알린다고 게이 바에 들어가 홍보물을 나눠주면 중년 아저씨들이 ‘(여성과) 위장결혼해도 충분히 이렇게 살 수 있는데 뭐하러 힘들게 사느냐, 너네 때문에 우리가 주목받아서 힘들어지니까 그만해라’ 할 정도였으니까.” 그런 시절이 있었다고 정남은 담담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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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두 사람은 24년 전 처음 만나 현재까지 함께하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10/25/sisain/20241025063556478bnya.jpg" data-org-width="1242" dmcf-mid="BjU5fuaVom"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10/25/sisain/20241025063556478bnya.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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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은 24년 전 처음 만나 현재까지 함께하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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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정남은 서울 종로3가에 가게 ‘프렌즈’를 열었다. 지하가 아닌 1층에 자리한 게이 바는 처음이었다. 무지개 깃발을 건 최초의 가게이기도 했다. 성별에 상관없이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편하게 들어올 수 있었다. “안 그래도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힘들어서 겨우 찾아왔는데 지하에 있고, 내려가는 길은 어두컴컴하고, 내부는 더 우울하고. 그러기는 싫었어요.” 오히려 손님들이 무지개 깃발을 떼라고 성화였다. “게이인 게 티 날까 봐 무섭다는 거야.” 하지만 정남은 햇빛이 들어오는 밝은 공간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20년이 흘렀다. 가게는 사랑방이 되었다. 수많은 성소수자들이 찾아와서 고민을 나누고 상담을 했다. 그동안 두 사람은 “딱히 헤어질 이유가 없어서(정남)” 계속 함께 살았다. 미래를 약속한 기억은 없다. 경상이 1주년 기념으로 혼인신고서를 출력해 액자에 넣어준 적은 있었다. 20여 년이 흐르고 이번 혼인평등소송에 참여하면서 실제로 구청에 가서 혼인신고서를 낼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사이 신고서 양식도 달라졌다. 막상 구청에 가서 접수증을 받으니 정남은 만감이 교차했다고 했다. “젊을 때야 약속 없이도 살지만 이제 둘 다 나이를 먹고 각자 입원도 해보니까 피부에 와닿더라고요. 20년 넘게 같이 살아도 병원에서는 내가 아니라 저 멀리 사는 가족들한테 전화해서 수술 동의를 받는 거예요. 만약 이 사람이 출근하다 쓰러져서 구급차에 실려가도, 최악의 경우 사망을 해도 나한테는 연락이 안 오니까 모를 거 아녜요. 이 사람이 4년 뒤에 환갑인데, 그 전에는 결혼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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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2003년 1주년 기념으로 류경상씨(오른쪽)가 천정남씨(왼쪽)에게 선물한 혼인신고서. ⓒ시사IN 신선영"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10/25/sisain/20241025063556674qebz.jpg" data-org-width="1280" dmcf-mid="bEJPkiYcNr"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10/25/sisain/20241025063556674qebz.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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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1주년 기념으로 류경상씨(오른쪽)가 천정남씨(왼쪽)에게 선물한 혼인신고서. ⓒ시사IN 신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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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경희 기자 did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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